좋았던 기억은 왜 빨리 사라질까?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두 소녀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요? 저는 사실 그렇다 하고 싶습니다. 다들 여러번 겪어보셨을 거예요. 강렬했던 기쁨이나 슬픔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던 경험이요. 그럼 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질까요? 부정적인 감정은 더 오래 가던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긍정적인 감정은 더 오래 보관할 수 없을까요? ​

뇌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이죠. 감정이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면 그만큼 상황에 따라 대처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에너지도 많이 소모했을 것이며, 사회적인 관계도 이루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인간은 감정 반응을 서서히 조절합니다. ​

재밌는 것은 감정이 줄어들면 그와 관련된 기억도 서서히 희미해져 간다는 거예요. 너무 즐겁고 짜릿해서 또렷하게 기억났던 사건도 감정이 흐려지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곤 하거든요. 이건 해마와 편도체의 역할이 크다고 합니다.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되면 해마는 기억을, 편도체는 감정을 저장합니다. 하지만 서로 기억과 감정을 재구성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강도가 옅어진다고 해요. ​

한 때는 큰 상처였던 일도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아물고, 결국엔 그 상처를 돌이켜보며 웃었던 경험. 다들 겪어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강렬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뇌는 끊임없이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고 해소하려 들거든요. 반대로 불안을 계속해서 유발하기도 하지만요. 🤣

긍정적인 감정을 빨리 잊는 이유

반면, 긍정적인 감정은 더 빨리 흩어집니다. 이는 생존에 직결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고 해요. 음식 때문에 기분 좋은 기억보다, 포식자를 피해야 하는 부정적 경험이 생존에 더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겠죠. 따라서 긍정적인 감정은 부정적 감정보다 뇌에서 더 빨리 처리되고, 더 빨리 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긍정적 감정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

그럼에도 긍정적 감정을 최대한 오래 보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글을 쓰는건데요. 강렬한 경험을 통해 기분이 좋았다면, 오늘 무엇이 감사했는지를 적으며 기록을 하는겁니다. 그럼 뇌는 그 경험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강화 효과가 발생합니다. 뇌의 신경회로가 더욱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이 구체화되면서 일종의 의미를 가지게 되어 뇌가 이를 중요한 기억으로 분류합니다.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되는 방법

  1. 글쓰기
    반대로 글을 쓰는건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글쓰기를 통해 부정적 경험을 재구성하고, 의미를 찾거나 명확히 인식하여 감정을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어요. 나와 분리를 시킬 수 있게 되는거죠. 긍정적 감정을 기록하는 글쓰기는 그 감정을 다시 체험하고 기억을 강화하는 방식이라면, 부정적 감정에 대한 글쓰기는 감정을 해소하고 처리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감정을 배출하여 무게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글을 쓰더라도 서로 충돌하지 않을 수 있죠.
  2. 운동하기
    몸을 움직이는 것도 상당히 좋은 방법이에요.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니까요. 저는 한동안 하루에 꼭 3km 걷기를 실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때 만큼 머리가 맑았던 적이 없어요. 잠을 늦게 자서 새벽에 걷는 한이 있어도 꼭 걷고 나니까 걱정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게을러서 잘 못합니다만. 😅 ​

결국, 감정의 유통기한은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부정적, 긍정적 감정 모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예요. 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더 빨리 없애거나, 더 오래 지속시키는 것도 가능하죠. ​

결론

감정은 파도와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잔잔해집니다. 처음엔 거세게 밀려오지만, 결국에는 평온함을 되찾게 마련이에요. 우리 삶에서도 파도를 피할 수는 없을거예요. 긍정적 감정보다 부정적 감정이 훨씬 더 많은 세상이니까요. 그래도 그 파도를 어떻게 타고 넘을지는 내 손 안에 달려있습니다. 찾아오는 긍정적 감정은 최대한 오래오래 보관하시고, 부정적 감정은 자연스레 흘려 보내세요. 결국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의 일부로 변하게 될 테니까요.